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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시간 도착한 키위밭에는 새벽비가 내린 뒤라 키위잎들이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다.

줄기가 쭉쭉 뻗어져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
[ 키위밭 전경 ]

   엊저녁 늦게 아버지께서 전화가 왔다.

   "너 기다리다 오늘 그냥 밭에 약 쳤다. 내일 니 일정 있음 그냥 일 봐라."

   쉬라는 말씀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하루만 기다리시지 그걸 못 참으시고 직접 약(영양제)을 치셨단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내려왔는데....

[ 마당의 수국과 장미 ]

   역시 시골에서는 일은 만들면 많다.

   오전에 키위밭 주변에 우거진 대나무밭에서 미친 듯이(?) 솟구친 죽순이 대나무가 되어 딱딱해지기 전에 베어내는 임무를 맡았다. 잎들이 우거지면 키위밭에 그늘이 져 키위가 성장하는데 충분한 햇빝을 쬐주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내 키를 훌쩍 넘긴 죽순들이 잎을 드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 훌쩍 커버린 죽순 ]

   키위밭에도 군데군데 죽순이 올라온 걸 보면 땅 속으로 무지하게 뻗어가고 있는 거 같아 걱정이 된다.

   톱과 낫을 가지고 들어가 굵은 녀석은 톱으로... 가는 녀석들은 낫으로...

 

   지난해에 베어놓은 대나무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으나 30cm 이상 자라 버린 잡초에 가려 보이지가 않으니 신고 있던 고무장화가 둥근 대나무를 밟고 자꾸 미끄러진다. 

 

   몇 번 위험하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순간 미끄러져 대나무가 베어진 뒤 남아있던 날 선 대나무 밑동에 찍혀 장화는 찢기고 손에는 어디서 다쳤는지 피가 난다.

   내가 그러했기 망정이지... 부모님이 다치셨다면 큰일이 났을 걸 생각하니 다행이다.

 

   간단한 죽순 작업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시골에서 작업할 때는 장화, 장갑, 긴팔에 긴바지는 필수라고 다시 한번 기억했다.

   짧은 소매옷이라 팔목에는 원인 모를 상처가 생기고... 손에는 피가 나고... 대단한 훈장이 생겨버렸다.   

 

   부모님께 제초제를 뿌려 없애버리자고 해도 농약이 땅으로 스며들어 키위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극구 반대하신다.

 

   죽순 작업 후 밭 주변을 둘러보니 지난 주와는 또 다른 모습들이다.

호박줄기와 비슷한데 오이가 열리니 확신오이줄기와 비슷한데 방울토마토가 열려 확신
[ 오이와 방울토마토 ]
[ 수박 줄기와 호박 줄기]
[ 강남콩(좌)과 땅콩(우) ]

   

   비슷비슷한 줄기나 식물인데 열매는 각기 다르니 구경만 하는 것은 재미있고 신기하다.
   재배하는 것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지만 말이다.ㅎㅎ
   

   아버지께서 진지하게 뭔가 집중하고 계시길래 가봤더니 고추 줄기를 묶어주는 작업 중이시다.

   고추는 자랄 때마다 높이에 맞춰서 줄기를 묶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쓰러져 망치게 된다.

[고추 가지 손질 중이신 아버지]

   일주일 사이에 양파가 심어있던 밭에 무언가 심어놓으셨다.

   물어본다는 게 깜빡하고 사진으로만 남기게 된다.

[ 땅콩밭 사이에 심어진 뭔가]

   붉디붉은 양귀비 꽃이 피어올라 푸른 밭에서 혼자 홍일점 역할을 하고 있다.

   나중에 열매가 열리면 그 수액이 아편의 원료가 된다고 하니... 어째 키워봐~ 

[ 양귀비 꽃]

   이미 때를 놓친 듯이 줄기가 높게 자라 꽃마저 피어 있다.

   과연 뭘까? 밑에 뿌리는 우리가 흔히 맛있게 먹는 '당근'이다.

저 정도 줄기가 자라면 당근은 너무 커버린듯하다
[당근 줄기]

   저번 주 잘라서 무침도 해서 먹고 국에도 넣어 먹은 부추가 어느새 또 자라 있다.

   한번 종자를 심어놓으면 그다음 해부터 해마다 계속 먹을 수 있는 채소이다.

 

   대게 봄부터 가을까지 3~4번은 자란다고 하니 먹고 먹어도 남아있다.

   어머니께서 요리법을 더 늘려야 하나보다.

[ 부추와 옥수수]

   이곳저곳 정리하고 구경하다 보니 12시가 다 되었다. 시골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점심 이후 한가하나 싶더니... 어머님이 키위밭에 줄기작업을 하러 가자신다.

무럭무럭 자라는 키위열매들한줄기에 3개씩 열린 키위는 손질해야 한다.옆으로 퍼진 키위도 상품가치는 없으나 맛은 똑같다
[커가는 키위들]

   수정할 때 그리 작업을 하였어도 열매가 열리니 또 보인다.

   한 가지에 3개가 달린 것은 따주고... 주변 다른 열매보다 작은 것은 따주고...

   모양이 너무 커져서 퍼진 애들도 상품가치가 떨어져 따줘야 한다.

[ 그린키위(좌)와 레드키위(우)]

   키위는 크게 모양이나 색깔에 따라 그린, 골드, 레드로 나뉘게 되고 그 안에서 품종이 다시 나뉘게 된다.

   키위를 반으로 잘라 보면 그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자랄 때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그린키위는 털이 많고 신맛이 강해 요즘은 많이들 하지 않는다. 수확도 11월 경으로 늦은 편이다.

   레트키위는 미끈거리는 모양에 꼭지가 배꼽모양이다. 10월 중순부터 수확을 하는데

   가장 당도가 높아 인기가 높지만 병충해에 약해 재배가 어려워 가격이 비싸다.

 

   작업이 끝날 때쯤 아버지께서 다음 주에 3차로 영양제를 쳐야 된다면서

토요일에 올지, 일요일에 올지 정확히 얘기해 달라 신다.

 

   시골의 생활은 일이 없을 때가 많은 거 같다가도 뒤돌아 보면 일거리가 널려있는 듯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하던지, 쉬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던지.

 

   선택은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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