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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도착하자마자 거실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장화로 갈아 신고 밭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벌써부터 열일 중이셨다.

이미 많이 자란 키위밭키위 꽃따는 작업중이신 어머니
[무럭무럭 키위밭]

   이번 주도 어김없이 꽃을 따는 작업을 해야했다.

   두 분이서 일주일 동안 부지런히 하셨어도 아직 절반이상이 남아 있었다. 아니 어머니께서 열심히 하셨어도...

   늦게 핀 꽃들도 있다보니 아마 다음 주까지 해야 어느 정도 마무리될 듯하다.

   

   일하는 중간에는 지난번 궤양병에 걸린 나무들 때문에 키위밭이랑 주변 식물들에게까지 예방약을 뿌렸다. 중무장을 하고 나셨는데 지난번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 불편함 없이 약을 칠 수 있었다.

   역시 바람의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또 느낀다.

[중무장한 초보농사꾼]

 

   오늘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생각해 보니 늘 나를 반기던 '그놈'이 안보였다.

   어머니께 물어보니 갑자기 힘이 없더니 죽었다고 한다.

 

   지난주에도 나를 맞이해 주던 녀석이 갑자기 안 보이니 기분이 묘하다. 있을 때는 당연하다 여기고 더 챙기지 못했던 시간이 아쉽다. 사람은 늘 있을 때의 소중함을 잃고 나서야 느끼게 된다. 당분간은 이 집은 비어있는 채로 놔두려나 보다.

허전한 개집
[주인없는 개집]

    아무리 단순한 작업일 지라도 하루종일 위만 쳐다보며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양쪽 어깨와 목이 뻣뻣하다. 뒤돌아 솎아진 밭을 지켜보면 뿌듯함도 있으나 피곤함이 싹 사라지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꽃눈따기 전 모습꽃딴후의 꽃눈
꽃눈따기 전 키위꽃눈 딴 후 키위
[ Before & After ]

   오늘도 아버지는 일찌감치 일을 끝내시고 다들 그만하고 오라고만 하신다. 내일도 하고 모레도 하고 해야 하는데 오늘 다 끝내려 그러냐는 논리시다. 역시 감독관의 역할은 잘 해주신다. ㅎㅎ

감독중이신 아버지
[감독관 아버지]

   돌아오는 길에 손을 번갈아 가며 양 어깨를 당겨보니 왜 이리 시원한지... 보기에 쉬운 일도, 단순하기만 한 일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판단해선 안 되는 게 시골일인 거 같다. 

 

   다음주는 어린이날, 휴일, 어버이날 나란히 있으니 어떤 일을 어떻게 해드려야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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