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어느덧 부모님께서 70(세)을 넘어 80(세)을 향해 가고 계신다. 언젠가부터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지고 약간의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혹여 한분이라도 아프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며, 두분을 누가 어떻게 돌봐야 하나? 연세가 드셔서 당장 운전을 그만 두시면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지금은 괜찮지만 농사일을 못하시게 되면 소득이 없으실텐데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 등등 많은 생각들이 들었으나 나는 그 상황이 먼 일이라 외면한 체 어떠한 대비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나이드신 부모님께는 내가 자식으로서 모셔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니 나의 몫이겠지만 나 역시 아직은 책임져야 할 자식이 셋이나 있는 그들의 아버지여서 부모에 대한 마음의 중요도가 늘 후순위가 되버리고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몇년 전부터는 두분이서 오랫동안 해오시던 키위(양다래)농사도 조금은 힘겨워 보였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가끔씩 찾아뵈는 게 큰 이벤트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러다 내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다 보니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 가며 내 마음 한 구석에도 부모님의 자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점점 빠르게 느껴지는 세월의 속도에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관심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거의 매주 시골(장흥)에 내려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일이 없을 때는 함께 한끼 식사라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의 관계도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이후로 떨어져 지냈던 30년 넘는 시간의 거리가 많이 좁혀진 듯 하다. 당신들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보기도 하고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내 부모에게는 자식으로서의 표현을 하려고 노력도 하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다.

 

   또한, 시골을 내려 갈때마다 바꿔져 있는 자연환경을 느끼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게 때로는 즐겁고 힐링이 되는 시간들이었다. 4계절을 지내보니 도시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들이 분명히 들어나는 곳이 시골이다.

   도시에서는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정도 였다면 시골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함께 바뀌고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한 주, 한 달, 한 계절을 주기 삼아 모든 만물들이 각자들의 삶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1년 여가 지나갈 무렵! 주말마다 하던 시골체험이 습관이 되어 가고 있었으나 돌이켜 보면 제대로 한 것은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단순히 나의 노동력만 보태고 왔었지 시골일을 배우거나 알려고 하지는 않았던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도시에 염증이 들면 돌아갈 수 있는 곳인데 좀 더 적극적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마다 단순노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이 생긴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농사일부터 작물재배와 관리까지 하나씩 배우고 익혀볼 계획이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이것들을 기록하며 나의 발자취와 부모님과의 추억도 함께 남기고 싶어졌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