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득인가? 실인가?

영리병원 득인가? 실인가?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하였습니다.

어제(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으로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한 것입니다. 

 

허가를 받기까지 지난 16년간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았으며

허가 이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 녹지국제병원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 8,163㎡ 부지에

연면적 1만8253㎡(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들어서는 녹지국제병원은

1992년에 설립된 중국 최대의 국영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100%를 출자해서 47병상 규모로 134명 가량의 직원을 채용하여 설립한 병원입니다.

현재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등 4개 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 영리 병원 VS 비영리 병원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병원은 '영리(營利)'와 '비(非)영리' 두 가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영리병원은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을 지키는 일을 맡고

영리병원은 고급 의료 수요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병원은 학교법인,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같이 비영리단체나

의사만 설립할 수 있는 반면 영리병원은 주식회사 처럼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해 만들 수 있습니다.

 

때문에 비영리 병원은 수익이 나도 의료기기 구매나 인건비 지출 등

병원에 재투자해야 하지만, 영리병원에서는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물론

중국에서도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체 병원 중 영리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정도라고 합니다.

 

∥ 영리병원 제도 도입

우리나라에 영리병원 도입이 처음 논의된 건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입니다.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하였으나 내국인 진료 없이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외국인 투자자의 입질이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4년 말 외국인 전용병원에서도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됐습니다.

제주도는 2006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영리병원 건립을 본격 추진했습니다.

 

그래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신규 핵심 프로젝트로 영리병원

건립을 의미하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확정했습니다.

2008년 김태환 제주지사는 영리병원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습니다.

영리병원 도입이 다시 속도를 낸 건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입니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없자 다시 정부가 나선 것입니다.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중국 최대 국영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이후 3년간의 진통 끝에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모두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압박하더라. 외롭고 괴로운 자리라는 걸 실감했다.

한 달 정도 고민을 거듭했다."라며 "반대의 의견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고, 국가와 제주도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른 비난은 달게 받겠다."며

결정 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

중국 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에 따른 한·중 외교 문제 비화 우려,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등도

허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계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5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앞에서

당초 제주숙의형공론조사결과를 따르지 않고 영리병원을 허가한

원희룡 제주지사 퇴진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 내 30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오상원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현행법상 외국인 전용병원을 허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제주특별법상에 관련 법안이 없을 시 의료법을 따르게 되어있다.

그런데 의료법상 병원은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며

"일단 병원에 오는 내국인 환자를 막을 방법이 없고,

건강보험이나 심평원에 기록되지도 않으니

내국인 환자 진료 여부를 감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6일 오전 11시 20분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의료산업노련 소속 관계자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원 허가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그는 "영리병원의 허가는 과잉의료, 의료비 폭등, 의료양극화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 역시 영리병원 대상이 향후

내국인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내국인 역시 점차 고급의료를 지향하고,

의료기관 역시 의료영리화를 추구하면서

수익창출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으로 통제하던 진료비가

한도 끝도 없이 치솟을 수 있고, 결국 의료 양극화, 공공의료 훼손,

건강보험 붕괴 등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다보면 득(得)을 보는 세력과

실(失)을 보는 세력이 있게 마련입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2011년 '영리병원 노리는 4대 세력'이라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4대 세력으로 보수언론(중앙일보), 경제 관료,

보수학자(이명박후원단체), 삼성을 지목하였습니다. 

 

가진 자들이 만드는 정책은 혜택을 보는 쪽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피해는 항상 없는 자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가진 자들이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미명아래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누군가의 호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질 것입니다. 

 

아무튼 국내 첫 영리병원이 생기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며,

여러 단체들이 우려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반대한다면서 소리만 지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앞서서 병원 이원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할 때인 듯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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