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 27일 (토) 맑다가 흐림.
주말에 비소식이 있어 이번 주에는 토요일에 시골을 내려왔다.
지난주에 키위꽃 수정까지 해놔서 오늘은 별일 없으려니 했는데 시골에서는 둘러보면 일들이 또 생긴다.
집 주변에서는 일찍 핀 꽃들은 하나 둘 지기 시작하며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키위밭으로 가보았더니 죽순들이 판을 치고 있다.
한 주, 한 주 매번 자라더니 미처 꺾지 못한 죽순은 이제 대나무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죽순이 저리 나올 정도면 땅속으로 뿌리는 얼마나 넓게 펼쳐져 있을까 생각하니 키위나무뿌리에도 문제가 될 거 같아 걱정이다.


올해는 키위나무 중 일부가 궤양병으로 몇 그루를 베었는데도 새롭게 번진 나무가 있어 베어내는 작업 하였다.
최대한 뿌리가까이 베었지만 뿌리까지 뽑지 못하고 있어 또 전염을 시킬까봐 괜히 마음이 불안하다.


최대한 뿌리 위까지 잘랐는데 더 이상 세균이 번지지 않고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버지는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으니 오후에는 쉬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서는 이왕 왔으니 휴일에 비 오기 전에 미리 과실수에 거름을 주라고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며칠 전 곡성의 장미축제에 구경가셨다가 장미를 사 와 집 울타리 주변에 장미를 심어 놓았으니 잘 크라고 거기서부터 집 주변의 과실수에 골고루 거름을 나눠주라 신다.

봄이 지나니 마른 듯한 가지에 싹들이 하나씩 생기며 잎들이 풍성해지고 있다.
잘 자라고 있는 애들도 있지만 벌써 벌레의 습격으로 잎이 다 떨어져 버린 나무들도 있다.
관심과 사랑도 좋지만 각자의 맞는 재배법을 알고 있는 게 더 중요하다 싶다.
마치 여러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나무 주변에 거름을 두어 번씩 퍼주다 보니 꽃망울이 이쁜 꽃을 봤는데 이게 양귀비란다.
마약의 성분이 되는 양귀비!!!
재배한 게 아니고 자연히 생긴 거고 몇 그루 안 돼서 베어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신다.
양귀비 꽃을 처음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심어놓은 앵두나무에 앵두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바가지로 씻어서 바로 먹으니 새콤달콤 맛있다. 이게 시골의 묘미 아닐까 싶다.


부추밭의 절반은 지난번 베어서 새로 파릇파릇 올라오고 있고 절반은 긴 머리처럼 늘어져 있다.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부추전을 해주시면 하는데... 별말씀이 없으시다.

양파가 나름 크게 자라고 있어 수확을 해봤다. 모양은 좋은데 뿌리 쪽에 구멍이 나서 굼벵이가 먹은 흔적들이 많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양파도 중간중간에 약을 쳐 줘야 하는데 그냥 심어놓으셨단다. 뭐든지 재배법이 다 있다니까.

오늘 오전은 궤양병에 걸린 키위나무를 톱질하느라 힘들었지만 오후에는 아기자기하게 과실수에 거름을 주면서 이것저것 자라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양파랑 부추도 수확하며 시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